.여기 문 열지 못하는 사내가 있소.
문 열지 못하는 사내는 한참을 문 밖에 서 있소.
문 열지 못하는 사내를 바보라 불러도 좋소. 문 열지 못하는 사내를 겁쟁이라 불러도 좋소.
문 닫지 않았다면 문 열지 못하는 사내는 문 열지 못하지 않을 수도 있었소.
문 만들지 않았다면 문 열지 못하는 사내는 문 열지 못하는 사내가 아닐 수도 있었소.
문 열지 못하는 사내는 문 닫지 못하는 사내일 수도, 문 만들지 못하는 사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소.
영화는 흡사 일러스트로 그려낸 잠언같다. 르네 마그리뜨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초현실적 이미지 속에서 붙박이 정물 같은 여덟 장의 장면만으로 영화를 완성시킨다. 침묵의 여백과 강렬한 그래픽 이미지 사이에서 관객에게 화두를 던진다 : 그가 문을 못 여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그의 앞에 문을 닫아놓은 것일까? 왜 사람들은 굳이 문을 만들어 놓았을까?
(1998년 제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문을 열 수 없었던 사나이評論(0)